선진 기술 모방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인 핵심기술을 키워 나가는 ‘작지만 매운 고추’ 우량 중소기업의 등장은 우리가 직면한 경제 상황의 돌파구로써 의미가 크다. 환경계측 분야의 중소기업으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텍도 그 중 하나다. 해외시장 공략 및 기술 융합으로 침체기의 국내 제조업 시장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텍은 ‘장비의 두뇌’를 개발하는 전문기업이다. 각종 산업 장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와 센서를 개발·생산하면서 환경계측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환경계측 분야는 냉난방은 물론 냉동기, 항온·항습기, 클린룸 관련 설비 등을 포괄하는 산업을 말한다. 두텍은 환경계측 분야 전체를 전문 영역으로 가져가면서 컨트롤러와 센서 기술 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컨트롤러 및 센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데에는 기업의 철학이 배경이 됐다. 두텍에 따르면 기본 성능이 출중한 장비일지라도 효과적인 컨트롤이 이뤄지지 않으면 완벽한 성능을 뽑아낼 수 없다. 냉장 보관용 쇼케이스의 경우 정밀한 계측 및 제어가 이뤄졌을 때 식품의 신선도와 상품성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잦은 온도 변화를 비롯한 크고 작은 제어 편차의 발생은 식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그만큼 컨트롤러 및 센서 기술은 제조업 성장의 핵심기술 중 하나라는 것이다.

 

두텍은 이와 같은 분야에서 최근 지속적인 매출 성장 곡선을 그리며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환경계측분야 컨트롤러 및 센서 전문 생산 기업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콜드체인시스템 제조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두텍은 시장 진입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해외업체들 간의 전쟁터로 여겨지던 국내 산업용 장비 컨트롤러 및 센서 관련 영역에서 국내 기술을 앞세워 시장 공략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내비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이후의 일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내 산업용 장비 컨트롤러 및 센서 관련 영역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이끌어 가는 양상이었다. 그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원천기술의 부재로 그저 기초적인 기술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나마도 원천기술이 없으니 일부 저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은 여전히 유럽계 업체들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두텍은 1999년 시장에 진출했다. 진입 장벽이 높았던 만큼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에 자체 기술로 산업용 항온·항습기와 대형선박 제습용 제품군을 개발·생산했고, 핵심기술을 배양해 200여종의 자체 개발 신제품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최득남 두텍 대표는 “14년은 짧은 기간이지만 산업용 기기 업계에서 제품 및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외 유명 기업에 제품을 납품해왔다”며 “국내 유수의 기술 관련 인증서를 획득하는 등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킬 만큼 확실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활발한 해외 시장 공략은 특히 눈에 띈다. 해외 마케팅을 위한 첫 번째 행보는 산업 전시회 참가였다. 중화권, 동남아, 유럽, 미주 등 해외 시장진출의 교두보를 다지기 위해 국내외 산업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 매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두텍에 따르면 산업 전시회 참가 이후 전체 매출액인 45억원 중 해외 판매를 통한 매출이 20%에 달했다. 경기 불황 등 시장의 악조건을 감안하면 30여명의 임직원으로 이뤄낸 이 같은 성과는 업계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꾸준한 연구 개발(R&D)이 없었다면 성과도 없었다. 두텍의 R&D는 지금의 성과를 낸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특히 경쟁 제품 대비 탄탄한 기본 성능은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로 통한다.

 

최 대표는 “정확한 측정 제어 성능 및 세밀한 설정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며 “냉동기 작동의 설정 항목이 경쟁 제품보다 세분화되어 있어 정확도 높은 정밀 제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밀한 제어는 장비의 운용 효율과 직결되며 에너지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는 과거 해외 우수 제품을 따라만 가던 국내 제품들과는 다른 행보다.

 

전문 영역을 중심으로 세분화된 라인업도 장점이다. 난방·환기·냉방 및 공기조화·냉동(HVAC&R) 기기나 공기압축기, 항온·항습기, 클린룸 컨트롤러부터 온습도·차압 센서 등 환경계측 분야에서 각 용도별로 특화된 제품군을 다양하게 갖췄다. 특히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필요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을 설계·납품하는 ‘커스터마이징’ 기술은 경쟁력을 높였다는 판단이다.

 

최 대표는 “세분화된 라인업은 변화무상한 업계 환경에 효율성과 안정성 높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철저한 시장 대응 전략”이라며 “최근에는 디자인·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트렌디한 소비자를 배려한 심미적 요소 강화 및 정부 시책으로 떠오른 에너지 절감 관련 제품군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득남 대표의 리더십도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는 제품의 설계, 개발에서부터 마케팅, 영업 등 회사 업무 전반을 진두지휘하며 기업을 이끌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환경계측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 그는 ‘나만의 사업을 일궈 보겠다는 자신감’으로 회사를 설립, 지금까지 현장을 뛰어다니는 걸로 유명하다. 제조업의 대부분은 산업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고 외국산 장비의 국내 시장 석권으로 우리 자체 기술력이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제품을 개발하자 그것을 비슷하게 모방한 저가 제품이 나타나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소재 가격 인상으로 한 순간에 원가 경쟁력을 잃고 큰 손해를 감당해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난관에는 기술력으로 대응했다. 모방 제품에 없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제품에 접목하고, 소재 가격 인상에는 대체 기술을 찾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얻어낸 것이 난관 극복의 힘”이라며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두텍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에 아침식사 및 건강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그가 복지 정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두텍은 최근 들어 다양한 유관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 온 냉동·냉장 관련 컨트롤 기술만 잘 활용해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 분야에 있어 자체적인 개발 기술을 보유한 만큼 기술 융합을 통한 성공 가능성 또한 높다. 지속적인 R&D를 통한 발전 전략 구축은 두텍의 젊은 패기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최 대표의 말이다.

 

“산업 간의 융합 등 새로운 시도가 두텍은 물론이고 침체기에 놓인 국내 제조업 시장을 살릴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UI 환경 변화로 편리함이 중요해졌고, 새로운 통신 기술도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지요. 이 같은 트렌드를 기존 제품에 접목해 새로운 사용법을 개발하는 것이 두텍이 가고자 하는 방향입니다. 최상의 핵심기술과 고객 지향적인 마인드는 기업의 신뢰를 높일 것입니다.”

 

 

더바이어 이영민 기자 min@withbuyer.com